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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땅의 예수 그리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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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모습이 어떨까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 쯤 해보았을 것 같다. 당연히 유대인의 일반적인 모습과 비슷할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가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은 미국의 성화 작가인 워너 샐만(Warner Sallman, 1892~1968)의 수염이 긴 잘 생긴 백인의 모습인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교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나름대로 이해되고 있는데 20세기에는 각 지역마다 자신들의 처지와 환경에 맞게 예수님의 모습을 변형시켜 그리는 것이 성행하였다.
아프리카에서는 흑인의 모습으로 인도에서는 인도인의 모습으로, 동아시아에서도 중국에서는 중국인의 모습으로 일본에서는 일본인의 모습으로 바꾸어 그려졌다. 한국의 경우에도 토착화된 예수님의 모습이 여러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는데 그것은 머리에는 삿갓을 쓰고 의복은 한복을 입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모두 조선시대의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들과 구별하기위해 예수님만 머리에 후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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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상, 한복 입은 예수, 1962, 서울 YMCA
위의 장운상(1926~1982)의 작품은 하나님의 나라는 어린아이처럼 예수님께 나아오는 자들의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어린아이들에게 안수하고 축복하시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막 10:15~16 작가는 예수님을 크게 그리고 주변에 아이들을 많이 배치하였는데 모두 한국식으로 복식을 갖추었다. 선묘를 중시하고 색채도 연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스승이었던 월전 장우성의 신문인화풍을 따른 것이다. 정갈하고 소박한 이러한 인물화풍은 이전의 강한 채색과 가는 필선에 의한 이당 김은호의 일본식 인물화풍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장운상은 오랜 기간 동덕여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는데 늘 라파엘의 우아한 성모 마리아상과 같은 구원의 여성상을 그리고 싶어 했고 그것을 한국여성의 이미지를 통하여 구현해 보고자 하였다. 그는 신자로서 여러 성화들을 남겼지만 일반적으로는 한복 입은 고아한 조선적인 여성상의 표현에 주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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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1952~53, 작가 소장
이보다 앞서 운보 김기창(1913~2001)이 한국화 된 예수님의 일생을 그렸는데 워낙 뛰어난 필력과 재능을 갖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일생의 여러 장면을 모두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한국전쟁 중에 그려진 위의 작품은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예수님이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인데 조선시대의 환경과 복식을 통해 실제로 우리가 그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설득력 있게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 뿐아니라 다른 여러 작품들에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화면 처리로 한국적 성화의 전형을 창안해 내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성화 뿐 아니라 바보 산수나 풍속화 등을 통하여 여러 한국적인 이미지를 창출하였던 발군의 작가였다.
요즘의 한국작가들은 이런 사실적인 인물화풍에서 벗어나 보다 현대적이고 반추상적인 기법으로 작품을 많이 하고 있으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화풍으로 이런 작품들을 재음미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예수님이 어떻게 표현되었느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사야서에 나오듯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이 오신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죽으신 그 깊은 사랑을 기억하며 은혜의 보답을 삶 가운데 행하는 것이리라.사 53:2~9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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